수림문학상

이정연

제10회 수상작
『속도의 안내자』 - 이정연 작가

  • 내용
    저자 이정연

    1978년생 전북 고창에서 출생하였다.
    동국대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2017년 문예중앙에서 단편소설 '2405 택시'로 등단했다.
    2020년 장편소설 '천장이 높은 식당'을 발표했다.

    심사평

    경주마들이 달리고 있는데 잔잔하게 단련된 문장들이 있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수법도 세련됐다. 그 속에 우리 인간의 미래에 대한 구상이 펼쳐진다. 끈질기게 써내려 간 가운데 아름다운 방법론 이 돋보인다. (윤후명 소설가)

    속도감 있는 이야기와 개성적인 스타일로 욕망과 권력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잘 삭혀낸 작품이다. (성석제 소설가)

    경마장 도핑검사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젊은 여성 채윤이 의문의 배달 일을 맡게 되면서 이야 기는 시작된다. 주인공이 배달하는 조그마한 물건은 아리아드네의 실처럼 미궁의 이야기에 길을 내며 일그러진 욕망의 세상을 서서히 돋을새김한다. 그 운반의 속도와 소설적 기예가 탁월하다. 경마장 공간을 인물의 내면에 조응시켜 이야기의 긴장과 밀도를 쌓아 가는 모습에서 작가의 탄탄 한 내공을 확인할 수 있다. (정홍수 문학평론가)

    『속도의 안내자』는 추리소설의 외양 아래 영원한 생명을 욕망하는 자본과 기술의 일그러진 음화 를 적나라하게 재현한다. 누군들 이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대 과학의 궁극적 목표가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이미 이 소설 속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 다. 아찔하다. (신수정 문학평론가)

    경마장의 뛰어난 사실적 묘사와 인간의 수명연장을 향한 끝없는 욕망을 대비시켜 독자를 몰입시 켜 나아가는 힘이 대단하다. 심장이 빠르게 뛰어 터질 것만 같은 말의 푸드덕거리는 숨소리 앞에 서 인간의 민낯을 마주해야 하는, 목구멍이 뜨거워지는 소설이다. 생을 묵직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작가의 탄생이 반갑다. (양진채 소설가)

    서평

    소설에서 불로장생과 그 비밀을 푸는 열쇠인 불로초는 오늘날 급격히 발전한 바이오 기술에 걸맞게 생명 연장 연구라는 의·과학적 설정으로 등장한다. 항노화 연구를 다루는 첨단 바이오 테크놀로지와 거대 자본이 나오고 인간의 욕망이 교묘한 사슬로 얽히면서 현실성과 흥미를 더한다.

    소설은 주말에 경마장 도핑검사소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주인공 채윤이 많은 보수를 받는 대신 반드시 비밀을 지켜야 하는 또 다른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일은 굴지의 제약사가 만든 물건을 지정된 사람들에게 전달하면 되는 단순한 내용이다.

    주인공은 배달품이 노화를 멈춰 생명 연장을 돕는 임상시험용 신약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란다.

    소설은 인간의 생체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현대 과학 기술과 등장인물 사이에서 임상시험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연결고리로 해 흥미롭고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약자를 이용하는 거대 자본,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소수 기득권층의 탐욕, 부작용을 경고하는 시험일지라도 불나방처럼 무분별하게 뛰어드는 인간의 습성을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소설은 불로장생의 고전에 나오는 진시황의 집착을 초월한 듯한 욕망의 아바타들이 꾸미는 모략을 현대적인 이야기 얼개 속에 생동감 있게 그린다. 진실을 향해 파고드는 사건 전개는 영화 같은 박진감을 선사한다.

    소설은 자본과 기술의 논리 아래 생명의 개념이 누구에게나 공평한지 묻는다. 또 생명과 행복 사이의 함수관계를 밀도 있게 파헤치며 인간으로서 가치 있게 사는 삶이 과연 무엇인지 인간의 정체성과 삶의 본질을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