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3

Artist Interview
_한수지, 임수미

예술가 인터뷰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3 : 시각예술 분야
_예술가 한수지, 기획자 임수미

기술 공학의 발달로 생명체의 범주, 인간의 범주가 확장하거나 변화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명의 범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죠.

- 예술가 한수지 인터뷰 중
  • 내용

    이번 전시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한수지

    전시<해파리주스와 비트콘드리아>에서는 사실과 허구의 경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디지털과 물리 공간의 경계의 중간지점을 생각하시며 감상하시면 더욱 재미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임수미

    한수지 작가가 2019년부터 다루었던 비트콘드리아의 시선으로 지구의 환경적, 역사적, 생태적 문제를 들여다 보는 것이 주안점입니다. 인간의 기록을 녹색형광단백질(일명 해파리주스)을 흡수하여 진일보하게 된 비트콘드리아의 시선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보다 객관적으로 직시할 수 있게 하는데요. 다시 말하자면 한수지 작가가 만들어낸 이질적인 이미지와 내용 안에서 제국주의 시대의 문제나 동시대의 데이터 독점 문제, 환경 오염과 멸종되어가는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와 같은 우리의 문제를 발견하는데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실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수림아트랩>의 키워드는 '실험'과 '도전'입니다. 기존 작품활동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전시에서의 '실험과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한수지

    실험이자 도전이었던 부분은 제가 작성한 영상 스크립트를 어떤 형태, 구조, 방법으로 영상을 제작할 것인가였습니다. 기존 제 영상 작업들은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빠르게 흘러나가며 그 내레이션에 걸맞은 시각자료들이 흘러나왔었습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영상작업들을 기존 말하기 방식에서 벗어난 태도를 취하고자 했습니다. <비트콘드리아의 의무>에서는 러이어드 키플링의 시 “백인의 의무”를 차용하여 시를 작성하고 이를 영상으로 표현하였고, <단백질을 향한 끝없는 항해>에서는 대화와 노래의 중간지점으로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하였던 부분이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자님과 제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모든 데이터가 준비된 상태에서 이 데이터들을 어떻게 요리하면 제일 좋을까.. 하는 그 과정이요.

    임수미

    비트콘드리아가 해저를 탐험하게 되면서 마주하게 되는 사건들을 하나의 서사로 풀어나가고자 하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의 실험이고 도전이었습니다. 그간 한수지 작가의 작업에서는 디지털 세계를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비트콘드리아라는 존재를 설명하고 속성을 탐구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이제는 어느정도 친해진 비트콘드리아를 통해 역으로 이 생명체가 지구 생태계를 바라본다면 어떤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까? 를 보다 서사적으로 표현하여 전시로 하나의 시퀀스를 구성해보는 것이 이번 전시에서의 도전이었습니다.

    2020년부터 '비트콘드리아'라는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작업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작가님이 이 생명체를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한수지

    디지털 공간을 더듬는 시도는 제 작업들의 공통분모입니다. 비트콘드리아를 중심으로 작업을 전개하기 전에는 디지털 공간의 시간과 차원, 데이터의 흐름을 중심으로 작업을 해 왔습니다. 뻔한 이야기이지만 기술 공학의 발달로 생명체의 범주, 인간의 범주가 확장하거나 변화되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생명의 범위가 변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죠. 비트콘드리아는 거시세계와 미시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초끈의 특성, 원핵세포가 진핵세포로 진화할 때 필요한 미토콘드리아의 특성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이 진화하기에 필요한 양자비트의 특성을 모두 지닌 생명체입니다. 모든 존재는 에너지의 진동으로 구성되어있고, 이 진동들이 사이 관계로 엮어 지면서 상위의 질서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혼종적 존재 비트콘드리아를 통해 저에겐 깜깜한 공간, 미스테리한 공간으로 읽히는 디지털 공간을 가시화시키고자 하는 그 욕망을 비트콘드리아를 통해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비트콘드리아의 여정을 담은 전시라고 알고있습니다. 어떤 여정이며 그 안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임수미

    비트콘드리아가 해저를 탐험하며 발견하는 인간의 지표들을 훑어보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령 제국주의 시대의 문제나 모순이 현재는 더이상 없는것처럼 보이지만 계속해서 잔존해왔다는 것, 인간의 시선과 행동이 편파적이었음을 비트콘드리아의 시점에서 포착합니다. 그리고 비트콘드리아가 자신의 진화로 도래할 수 있다고 믿는 유토피아와 같은 지구의 모습을 들여다보면서 현재 시점에서의 인간이 고찰해야 하는 지구의 문제점들을 재인하도록 하는 것이 비트콘드리아의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비트콘드리아의 활동영역이 바다로 옮겨지고, 바가발전과 무한증식을 가능케하는 에너지를 해파리에서 추출할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습니다. 많은 바다 생명체 중에서 해파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수지

    해파리는 자가발전, 무한증식, 표지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해파리 중 에퀘리아 빅토리아 해파리는 실제로 녹색형광단백질을 체내에 품고 있습니다. 이 녹색형광단백질은 다양한 의학, 생태 연구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바이오 마커 및 유전자 발현연구, 세포구조와 기능 연구, 신호전달 경로 연구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또한, 해파리의 생식 과정을 살펴보면 유성생식-플라눌라-폴립(무성생식)-스트로빌라-에피라-메두사(성체) 단계로 성장하게 되는데요, 특정 해파리들은 성체까지 성장하다 다시폴립의 상태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어른이 된 상태에서 위기를 느끼면 다시 어린아이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죠. 달리 말하자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 해파리에 미세한 자극과 자외선 빛에 노출하면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기술이 향후 발전된다면 생명체 내부에서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미세한 나노 장치를 구동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해파리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전시장 안쪽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파란색 분위기가 신비롭습니다. 이런 연출을 선택하시게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임수미

    먼저 토로하자면 백색조명을 전시장에서 구현하지 못하여 우연적으로 나온 결과물입니다. 백색조명을 쓸수없고, 나무바닥과 노르스름한 조명을 가지고 가야한다면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지, 공간과 작품이 어떻게해야 어우러질 수 있을까하는 것이 설치기간 중 가장 큰 고민이었는데요. 계단식으로 구성된 공간을 활용하여 육로에서 해안가, 해수면, 해저로 걸어들어가는 경험으로 만들어볼 수 있겠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또한 끝인줄 알았던 벽 뒤에서 깊은 해저를 연상케하는 파란불빛이 흘러나와 관람객이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큐레이터(또는 기획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전시기획을 하면서 얻은 뿌듯함 또는 성취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수미

    사실 젊은 작가에게 이렇게 큰 전시공간을 오롯이 채우는 것, 기획자와 작가가 오랜시간 전시를 함께 고민하고 구축해나가는 경험은 흔하지 않은 기회입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필요한 지점이 무엇인지 잘 모르고 시작했는데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게 공부와 자극이 된 것 같아요. 한수지 작가의 고민을 듣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큰 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작가가 원하는 것을 최대한 잘 구현하고자 함께 고민하고, 작업을 관람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는 점은 뿌듯함으로 다가옵니다.

    앞으로의 작업(활동)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한수지

    이번 전시에서 비트콘드리아가 녹색형광단백질을 흡수하면서 비가시적 경로들을 가시화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요. 다음 작업은 비트콘드리아가 진화하면서 모든 경로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체의 변화된 “보기”,“시각”,“시야” 에 관한 작업을 진행하려 합니다.

    임수미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떠오르는 질문이나 시급하다고 느끼는 사안이 생기면 그에 맞게 전시를 기획하거나 연구를 하거나 작업을 직접 하기도 하는데 일단 올해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복기하며 놓쳤던 부분, 심화하면 좋을 고민들을 다시 살펴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