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3

Artist Interview
_이수지,임휘재

예술가 인터뷰

수림아트랩 신작지원 2023 : 시각예술 분야
_ 예술가 이수지, 기획자 임휘재

조금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설명은 되도록 진솔하게 저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도구들의 시각적인 면면들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과정중에 있는 마음들을 감상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 예술가 이수지 인터뷰 중
  • 내용

    이번 전시의 관람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이수지

    이번 전시는 설명적인 요소들을 어느 정도는 의식적으로 제재하려 했던 그 동안의 전시와는 다르게 하고 싶었던, 해야 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풀어 늘어놓는 전시였습니다. 조금은 일방적인 방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설명은 되도록 진솔하게 저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도구들의 시각적인 면면들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으로 그 과정중에 있는 마음들을 감상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임휘재

    크게 두 가지 포인트가 있습니다.

    첫째는 이수지 작가님의 예술세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작가님을 퍼텐셜 에너지가 가득한,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긴장과 갈등이 항상 내재화 되어 있는, 과포화 상태로 바라보았습니다. 작가님은 스스로 도구와 결과물(작품)을 분리하지만, 그것이 ‘전시’ 되었을 때 정말 분리된 것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이수지의 도구와 예술 작품은 분리되어 인식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 있어 어쩌면 양립 불가능한 것을 양립시키려는 작가님의 모습이 그의 예술세계를 구성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이수지 작가와 그의 도구의 관계와 상호작용에 대해 상상하시면서 전시를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둘째는 작가님과 저의 공진화 과정입니다. 전시 준비 과정에서 저희가 수없이 이야기한 것은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왔지?’라는 의문이었어요. 지속적이고 집합적인 탐구를 예술로 여기며 상호 영향력을 마음껏 행사했던 것이죠. 결국 작가님의 네 가지 도구를 중심으로 저의 글 또한 다양한 설치 작품으로 전시가 되었죠. 우리가 하는 것이 예술일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함께 공진화했다는 것입니다. 저희 서로가 상정했던 주체와 객체들이 얽혀 나타나는 결과물로 전시를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수림아트랩의 키워드는 '실험'과 '도전'입니다. 기존 작품활동과 비교했을 때, 이번 전시에서의 실험과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이수지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저의 작업 속도의 배로 빠르게 많은 것들을 준비하게 되었는데요. 물리적인 작업량도 그렇지만 보여지는 방식에 대해서도 그동안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향의 시도를 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도구들을 만드는 과정과 별개로 병행해 왔던 생각의 과정을 기획자의 글을 빌려 같이 펼쳐보이는 방식의 전시를 실험하였습니다. 기획자의 글을 전시장안으로 비중있게 다루기 위해 전시서문을 제가 직접 쓰는 도전도 해보았는데요. 쉽지만은 않은 과정이었지만 앞으로의 작업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임휘재

    비평적 관점으로 쓰게 되었던 기획자의 글이 작품의 형식으로 작가의 개인전에서 어떻게 드러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점이 실험과 도전이었습니다. 촬영용 스탠드 조명으로 전시 공간을 채우며 작품을 배치했던 지점도 실험과 도전이었어요. 이러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네 가지 도구’의 이야기가 잘 전달되면 좋겠어요.

    서문에 전시장 대신 '무대'라는 표현을 사용하셨습니다. 갤러리 조명 대신 무대 조명을 배치하셨는데, 전시장과 작품을 어떻게 보여주고자 하셨나요?

    이수지

    전시장에서 작품이 획득할 수 밖에 없는 강력한 아우라 때문에 저에게는 전시장이 무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접근성이나 개념적인 측면에서 전시장이라는 곳은 도구를 단지 도구로 보일 수 없는 어떤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듯이 느껴집니다. 도구는 저에게 과정이고, 글은 생각이라고 상정하며 전시의 형식상 결과물(작품)이라고 느끼는 것들의 아우라를 배제하려는 시도를 해보았는데요. 전시장 안의 도구들이 강한 직접조명을 받으며 있는 그대로의 날것의 것으로 ‘현재 진행중’임이 전달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촬영조명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넓은 공간과 어두운 조도의 전시장 특성상 기존의 극적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연출을 피하려는 의도 또한 있었는데요. 공간에 전시를 맞추어 보이기보다 전시내용에 공간을 맞출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조명에서 나오는 전선들, 강한 빛으로 인해 여러 방향에서 나오는 갖가지의 그림자들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라이브’의 느낌을 전달하려고 하였습니다.

    작품과 더불어 기획자님의 글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글을 쓰시게 된건지, 이렇한 보여지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임휘재

    수림아트랩 신작지원은 지원 단계부터 작가와 기획자가 팀을 이뤄 지원하는 특별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어요. 작가님과 저는 이 지점에 대해서 고민하였고, 어떠한 방식으로 작가의 개인전에서 기획자가 드러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했던 결과물이 글의 전시로 표현되었어요. 글은 처음과 끝이 없이 순환되는 구조로 작성되었어요. 이는 작가님의 작업이 도구와 결과 만들기를 반복하는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따온 구성이에요. 글 또한 순환구조로 읽히며 도구의 ‘과정 중’을 드러내는 이번 전시의 네 가지 도구들과 호흡을 맞추려 시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작성된 글의 각 문단들은 나름 각기 다른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에 따라 작가님의 곁을 머물고, 디딜 대지가 되거나, 주변을 맴도는 단서가 되거나 하는 역할 구성에 따라 다양한 형식과 크기, 위치로 전시 공간에 배치가 되어 있습니다.

    도구를 만드실 때 결과를 생각하고 만드시는지, 혹은 도구를 먼저 만들고 결과를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지

    도구를 만들 때 결과를 늘 생각하며 만드는데요. 결과적으로 결과물이 생각처럼 만들어 졌던 경험은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늘 생각보다는 덜, 혹은 우연히 더, 좋거나 나쁜 경우를 마주하곤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늘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불안하기도 한 상태로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과정-결과의 순환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이번에 만들어진 도구들이 과정의 역할을 다하여 결과를 만들어낸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수지

    앞서 9월달에 진행되었던 지난 두 도구의 장례식과 같았던 프로젝트 ‘굿바이 투 더 아트’ 의 행방과는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계속해서 도구들이 늘어나도 감당이 가능한 현실적인 공간이 주어진다면 도구들을 유지하며 작은 팩토리같은 형식의 작업장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도구의 쓰임이 프로젝트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의 작업이 지금까지 하나의 맥락에서 추가, 확장 되었듯이 작업은 앞서 나가되 지난 도구들이 쓰이기도 하고 이전 지점을 답습하기도 하면서 확장된 방식의 작업을 해나가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더, 좋거나 나쁜 경우를 마주하곤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늘 기대를 하면서도 동시에 매우 불안하기도 한 상태로 작업을 하는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도구를 계속 변화하는 어떤 상태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이번 전시를 준비하시면서 기획자님은 도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나요?

    임휘재

    작가님과 도구의 관계를 바라보면, 그 둘은 분명한 주체와 주체의 목적을 품고 있는 객체의 관계로 나타남에도, 이수지와 도구가 지어지는 과정을 보면, 상호 영향력이 위계가 없이 강하게 작용한다고 느꼈어요. 이 지점이 저에게는 너무나 흥미로운 지점이었고, 작가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눠가며 작가님이 정의하려 ‘시도’하는 도구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되었죠. 작가님의 도구와 제가 생각하는 도구가 완전히 동일할 수는 없지만, 저에게도 도구는 관계적 존재이며 생성을 내포한 긴장과 갈등의 존재입니다.

    큐레이터(또는 기획자)로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나 전시기획을 하면서 얻은 뿌듯함 또는 성취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휘재

    전시는 모든 사람이 모든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전시기획은 일종의 돗자리를 마련하고 펼치는 일입니다.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에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이야기를 확장하고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전시를 통해 명징하게 말하고 싶은 저의 이야기 또한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그리고 세심하게 고민했지만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노력의 포인트들을 눈치채주셨을 때 속으로 ‘야호’를 외칩니다.

    앞으로의 작업(활동)방향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수지

    그동안의 작업 경로와 같이 과정을 지은 다음, 결과물을 만드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때때로 그 과정중의 고민과 연구들을 지금의 전시와 같은 방식으로 펼쳐보이며 개인적인 성장을 거듭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임휘재

    지금까지 전시를 만들고 글을 써왔던 원동력의 핵심은 “난 왜 예술 작품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스스로 밝히고 싶었던 마음이에요. 앞으로도 동일한 마음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것 같습니다. 특히 감각과 인식, 존재의 규정과 관계에 대한 관심이 많고, 공학을 전공했던 저의 과거와 함께 물질성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예술, 기술, 인간, 자연, 사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할 것 같아요. 이러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