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저자 이릉
스포츠 기자였던 작가 이릉은 15년간 (2004~2019년) 스포츠신문 등에서 기자 활동, 스포츠와 대중문화 분야를 주로 다뤘다.
미국, 캐나다, 일본, 중국, 대만, 홍콩, UAE, 카타르,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밀레이시아, 벹,ㅡ님, 싱가포르, 몽골, 우즈베키스탄,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독일, 이탈리아, 러시아, 노르웨이 등 여러 국가 지역 현장을 취재했다.
2006년 네이버 '해외축구 전문가' 활동했다.
심사평
『쇼는 없다』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핼러윈 데이라는 시간적 배경, 프로레슬링이라는 소재를 적재적소에 설정한 작품으로, 작가가 소설을 많이 써본 사람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헐크 호건, 얼티밋 워리어, 민 진 오클랜드, 빈스 맥마흔 등 프로레슬링 세계에 관심이 없는 독자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중심 서사가 굉장히 안정적이며, 기술적으로 돋보이는 부분이 많았다. 프로레슬러와 록밴드 기타리스트, 팝페라 가수 등 한때는 명성을 떨치던 인물들이 소설 안에서는 후줄근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점도 재미있다. 작가가 다양한 재치와 패러디를 보여 주며 소소한 재미를 던져 주는 능력이 돋보였다. 더불어 그 속에서 비애감을 끌어내는 재능 또한 탁월했다. 자신 있게 무대 위로 등판하지 못하거나 자기 정체를 숨기고 살아가는 인물들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장점이며, 소설의 전체적인 톤과 강약 조절을 잘해 나간 점도 훌륭했다.
서평
영웅 ‘워리어'와의 재회, 과거의 영웅들이 되살아나는 순간
주인공은 어린 시절, 미국에 살던 삼촌이 보내준 프로레슬링 잡지 표지에서 프로레슬러 '워리어'를 보고 자연스레 그의 팬이 된다. 중학교 시절, 날렵했던 주인공은 친구들과 프로레슬링 놀이를 하다가 선배의 레슬링 기술에 의해 머리를 다친 경험이 있다. 그 후 주인공의 인생은 링위에 올라가지 못한 채 바깥을 배회하는 레슬러 같은 처지가 된다.
세월이 흐르고 47살이 된 주인공은 20여년 째 삼촌이 운영하는 이태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임시 아르바이트를 하며 경제적 여유 없이 근근히 살아간다.
핼러윈 데이에 그가 우상으로 여겼던 프로레슬러 '워리어'가 게스트하우스에 실제로 찾아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활한 프로레슬러들과의 만남, 과거의 트라우마를 마주하다
'워리어'를 시작으로 1990년대 초반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레슬링 스타들이 이태원으로 속속 모여들고 주인공 역시 얼떨결에 이 대회에 참가한다. 그리고 그는 중학교 시절 씻을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겨준 숙적을 상대로 최후의 일전을 준비한다.
1980~1990년대 프로레슬링 영웅들, 과거의 향수를 자극
『쇼는 없다』는 1980~1990년대 AFKN을 통해 프로레슬링을 접했던 세대에게 강한 향수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소설이다.
티셔츠를 찢으며 포효하던 헐크 호건, 경찰복을 입고 곤봉을 휘두르던 보스맨, 목에 뱀을 두르고 링위에 오르던 스네이크맨, 엘비스 프레슬리처럼 긴 구렛나루가 인상적인 홍키통크맨, 마초맨, 달러맨..
과거의 프로레슬링 스타들이 현실로 등장하면서, 잊혀졌던 영웅들이 다시금 주인공의 삶에 소환된다.
트라우마를 넘어서, 유머로 풍자한 사회의 현실
이 작품은 단순한 향수 자극을 넘어서 팍팍한 일상 속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한 주인공을 통해 새로운 희망을 전하는 이야기다. 인물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치유 과정 속에서 독자들에게 삶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준다.
또한, 각기 다른 등장인물들의 엉뚱한 행동과 기지 넘치는 대사는 현실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유머와 해학으로 풍자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모든 세대에게 감동과 위로를 전하는 소중한 선물, 『쇼는 없다』
『쇼는 없다』는 과거의 영웅들과의 만남을 통해 현재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며, 세대를 넘나드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 모두의 영웅'들이 부활하는 과정을 통해 잊혀졌던 감동과 열정을 되살리며, 독자들에게 진정한 '성장'과 '변화'의 의미를 되새겨준다.
책장을 덮을 때쯤, 이미 삶의 무게와 인생의 쓴맛을 경험한 중년의 독자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의 꿈과 열정을 간직한 젊은 세대들의 가슴 속에도 뜨거운 감동과 위로가 '로프반동'처럼 달려올 것이다.
추천사
정교하고 치밀하다. 잘 숙성된 문장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 준다.
- 성석제(소설가)
이 소설은 어긋난 시간, 잘못된 장소에 도착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세상을 떠난 왕년의 미국 레슬링 스타가 인디언 전사의 마스크 페인팅을 하고 수영복 팬티 차림으로 이태원의 게스트 하우스 문을 열고 들어서는 황당한 첫 장면은 이 소설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 준다. 자신이 극적인 부활의 시나리오 안에 있다고 믿는 시대착오적 인물들의 허세 가득한 몸짓은 우스꽝스럽고 슬프다. 키치와 패러디, 위트와 풍자가 뒤섞인 능청스러운 문장에는 이상한 비애감이 있다. 그런 가운데 20여년째 낡은 게스트하우스 프런트를 반백수처럼 지키고 있는 주인공의 뒤늦은 저기 발견의 서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이 소설의 의문스러운 '다르게 말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잘못된 죽음들. 소설은 또 다른 이야기를 숨기고 있다. 소설에 가면이 필요했던 최종적인 이유일 테다.
- 정홍수(문학평론가)
짠내 나는 '덕후'의 세계를 이토록 오밀조밀하게 재현한 소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쇼는 없다」는 왕따 경험자의 트라우마 극복기를 뻔한 성장 서사로 치환하지 않는 노련함과 유연함이 돋보인다. 문학은 오랜 시간 주변에서 안으로 파고드는 인파이터들의 무릎이 깨지는 아픔에서 나온 것임을 모르지 않겠다.
- 신수정(문학평론가)
이상하게 따뜻한 위로를 받는 소설이다, 게스트하우스 앞에서 전설의 스타를 모아 레슬링 결기를 펼치는 황당할 수 있는 이 소설은 구체적 설득력과 재치, 재미로 독다를 끌어들이고, 종국에는 소설 속 인물들과 어때 걸고 노래라도 부르고 싶게 한다. 게다가 공간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그 이태원이다. 펼쳐지는 뜨거운 함성은 작가의 다음 소설을 제일 먼저 사 읽고 싶은 독자가 되게 한다.
- 양진채(소설가)
이미 죽은 프로레슬러 워리어가 게스트하우스로 찾아온다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읽기 시작했지만 작가가 공들여 설게한 이야기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하는 능력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 김의경(소설가)
프로레슬러로 분한 작가가 "여기는 내가 만든 링이야. 들어올 테면 들어와 봐." 라며 손짓하고, 그의 손짓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들어가고 만다. 비현실 같은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쇼는 극명한 현실일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가 소설 전체를 관통한다. 그가 만든 쇼에서 나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도 점점 더 빠져들고 마는 마법 같은 순간이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일 년에 단 하루,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사라지는 '오늘 밤' 쇼에 초대한다.
- 김혜나(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