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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는 후쿠오카에서 야타이(屋台)를 발견했다. 야타이는 일본식 포장마차로, 에도 시대부터 성행하다가 위생 문제와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빠르게 사라졌다. 그중 후쿠오카는 예외적으로 대규모 야타이 영업 허가를 받은 도시인데, 작가는 그 이유가 2차 세계대전 후 가장이 된 여성들이 야타이 운영으로 생계를 이어온 역사를 존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작가는 야타이 구조에 한국의 상여(관을 운반하는 전통 가마)를 결합해 먹는 행위(生)와 장례 행위(死)가 우위 없이 수평적으로 만나도록 제작했다. 이원론으로 나뉜 개념들이 결국은 순환하며 연결된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렇게 등장하게 된 <김명태 승천기: 상여 야타이 놀이>는 화려한 종이꽃으로 장식한, 故김명태의 승천을 주관하는 상여와 포장마차의 특징인 삶의 소란함이 함께 제시됐다.
방지원은 동해안별신굿의 화랭이로 이 제의적 놀이에 요령잡이이자 상여소리꾼으로 참여했다. 그는 생과 사의 구분을 의도적으로 교차시킨 자리에 상엿소리를 선창하며 잔치 같은 추모 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김도희와 방지원은 한국에서 다시 만나 음력의 첫 번째 달인 정월에 열리는 본 전시에서 협업을 진행한다. 먼저 전시 공간을 겨울과 봄, 음과 양으로 팽창시키고 시간의 흐름이 있는 공간으로 상정하여 지하 전시장과 지상층을 동그랗게 연결해 <김명태 승천기>를 정월과 연계한 개별 작품으로 다시금 선보인다 사라져가는 소리를 보존하기 위해 수집한 징과 여타의 것을 포함한 총 13개의 징이 설치 작업을 제시한다. 열두 달, 그리고 윤달을 상징하는 <달 울리기>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관객이 직접 두드려 보며 배음을 느낄 수 있도록 준비됐다. 이들이 재현하는 세시풍속은 현실을 구성하는 다양한 방식과 믿음을 환기한다.
이승연은 파리의 이응노 레지던시에 입주해 조르주 상드, 그리고 그와 교류했던 프레데리크 쇼팽이나 외젠 들라크루아 같은 명사들의 궤적을 따라 그들이 남긴 사적인 갈래를 탐험했다. 작가는 일종의 가상 트레일을 만들어 구조화된 시간 밖에서 그들의 의식을 가늠해 보는데 집중했고, 이를 한국화 소재인 장지에 먹과 실 드로잉을 올리는 방식- 다소 전통적이면서도 손쉽고 빠르게 인상을 담아내는 방법으로 다수의 드로잉을 남겼다. 여행자로서의 삶을 지탱해 온 작가의 지난 작업의 갈래 역시 수많은 의식과 발상의 과정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사하라 사막, 포르투갈의 대서양, 루마니아의 카르파티아 산맥의 역사, 문화, 생태 등을 체험하며 받은 인상을 작업에 소여한 태피스트리 연작과 팬데믹이 세계를 관통하는 동안 동시대적 이미지에 고대 설화나 신화적 위상을 입혀 시리즈로 만든 라이트 박스 작업, 그리고 소리꾼 이희문과 협업한 <신낙원도> 등을 함께 선보인다.
전보경은
핀란드의 HIAP(헬싱키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레지던시)에서 헬싱키의 생태를 보는 방식에 대한 작업을 하게 된다. 전작에서 훈련된 몸이나 기계가 촉발하는 인간 신체의 변화, 혹은 그 경계에 걸려있는 몸에 대한 작업을 이어온 작가는 레지던시에서 풍화와 발아가 뒤섞인 장소를 살피며 기록을 남겼다. 현지에서 자생하는 민들레를 말려 씨를 얻거나, 자연꿀벌의 개체수 감소로 인해 핀란드 템페라 대학교(Tampere University)에서 개발 중인 인공벌(일명 '요정')에 대해 리서치하면서 무생물과 생물, 인공과 자연의 산물, 그리고 인간 신체 바깥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작가는 수림큐브의 2층 두 개 전시장을 활용한 이번 전시에 헬싱키에서 선별해 온 여러 사물들과 현지 기록들- 돌, 벌, 씨앗, 사진 연작과 냄새, 그리고 빛을 가져온다. 영상 작업인
또한 그가 낯선 기류의 환경을 감각하는 과정에서 찾은 몇 가지 주요 개체와 행위를 현지 퍼포머가 수행해 보는 즉흥과 완결 사이의 리서치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