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익숙한 세계가 무너질 때, 무엇이 먼저 흔들릴까. 기억, 감각, 그리고 이야기의 순서다.
전시 <우스운 악몽에는 춤을 추세요>는 그 흔들림을 외면하지 않고, 오히려 리듬으로 받아 들인다. 여기서 ‘악몽’은 지나간 전염병의 잔향, 계엄과 검열의 그림자, 내일의 좌표가 지워진 불안을 부르는 이름이며, ‘춤’은 이와 같은 붕괴의 시대를 견디기 위해 우리가 찾아낸 생존의 기술(비틀기, 엇박, 자기유희)을 뜻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붕괴된 폐허의 틈새를 바라본다. 색이 금지된 세계의 허구적 기록, 작은 게임 파편(log)으로 봉합·간벌·건조되는 관계의 연대기, 집 안을 누비는 기계의 시선이 추출한 생활 데이터, 태양이 사라진 세계의 시간, 진동·빛·소리로 공명하는 존재들의 도시, 반복되는 애도의 변주, 상실 이후 방에 남은 목소리들, 관계 맺기의 화살(언어)이 만들어내는 감정적 흔적, 변형되는 발화의 순간, 그리고 몸의 흔적이 서사가 되는 경험까지. 서로다른 형태로 생존을 위한 은유이자, 감각적 유희를 발생시키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살아남으며, 어떻게 서로를 감응하게 할 것인가.”
<우스운 악몽에는 춤을 추세요>는 답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의 리허설을 제안한다. 흔들리는 것을 있는 그대로 통과시키며, 그 흔들림에 맞춰 한 박자 늦게, 때로는 앞질러 몸을 움직여 보는 시간. 악몽이 우스워지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다음 장면으로 건너갈 수 있다.
그 문 앞에서 춤을 추세요.
참여작가: 최희윤, 강승표, 권라임, 림 윤, 박건미, 유태양, 이광현, 이우경, 임민재, 정은실, 최민혁, 최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