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
예술가와 과학자들의 다각적인 시선을 통해 도파민이 현대인의 삶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한다. 도파민이 유발하는 쾌락, 중독, 무감각, 그리고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본질적 욕구와 사회적 구조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수림문화재단,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고등과학원의 협력은 이러한 학제 간 융합이 새로운 지식과 통찰을 창출하는 강력한 가능성을 증명하며, 예술이 과학적 질문에 감각적 해석을, 과학이 예술적 상상력에 깊이를 부여하는 생산적인 대화의 장을 열어 보인다.
✨Insight Day: 2025년 12월 17일, 오후 5시
뇌과학자 장재선 X 정소영 작가
KIST 장재선 뇌과학자와의 대화를 바탕으로 기획된 〈We Predict into Existence〉는 도파민의 순환이 결핍을 생산하고 유지하는 욕망의 구조이자 생성의 에너지로 작동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작품의 제목은 뇌과학자 애닐 세스(Anil Seth)의 저서 『Being You』에 등장하는 문장에서 가져온 것으로, 우리의 의식적 경험이 살아 있는 몸을 기반으로 한 뇌의 예측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을 반영한다. 인간은 다양한 예측을 통해 보상을 추구하며 존재를 느끼는 존재로, 미래의 기대를 현재로 끌어당기며 불확실성과 차이 속에서 쾌감을 경험한다. 이러한 예측과 보상의 순환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물의 흐름처럼 미완의 상태로 지속되는 생성을 상징한다. 작품은 반복과 예외가 교차하는 시간 속에서 ‘지금-여기’의 불안정한 존재를 시각화하며, 조각을 완결된 형태가 아닌 물질과 시간 사이의 예측 불가능한 교환을 감각하게 하는 장치로 제시한다. 인간의 선택과 행동이 신경 물질의 작동으로 조정된다는 인식은 ‘자유의지’의 가능성을 흔들며, 인간·기계·도구·작가·관람객 간의 경계와 역할이 교환되는 새로운 주체성을 탐색한다.
양자물리학자 최상국 X 업체(eobchae)
국지전이 국제전으로 번져간다. 종군 기자는 보이지 않는다. 폭격 당한 팔레스타인의 아이레벨이 있다. 우크라이나 드론 오퍼레이터의 오버뷰가 있다. 드론의 경로를 그린 화살표와 지도가 있다. 전장의 풍화된 이미지는 개인화된 다중 피드(feed)로 날아가지만, 머신 러닝이 만든 확률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그 무감한 구름은 곧 도파민 수용체가 원하는 자극의 관성적 상승 곡선으로 붕괴한다. 상승과 악화를 동시에 함의하는 ‘Gozo’는 남한의 가을, 두 번째 전간기를 맞이하는 어셈블리(assembly)다. 동명의 문예지로 출간될 업체eobchae의 신작 〈Gozo〉는 신경계의 기능 저하를 앓으며 WW3을 둔감하게 예감하는 세 개의 세계로 결풀림한다. 이 불협하는 다성화음의 도입부에서 오천석은 북한이 최근 공개한 무인기의 탄생 설화를 이야기한다. 사람 섞인 무인기 게란은 입자가속기를 뚫고 나온 구름에서 태어났단다. 일러스트레이터로 분한 황휘는 활주로 대신 눈구멍을 뚫고 나오는 드론을 보여준다. 김나희는 ‘양자전쟁(Quantum War)’ 미망인과 그의 패션을 다룬 에디토리얼을 선보인다.
최초의 파동 함수에서 출발한 세 개의 하위 계는 결국 세 번째 세계 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얽히고 공진화하며 확산할 것이다. 우리는 어쩌다 이 세계들로 분기하게 되었는가? 우리의 방공호가 드론으로 과포화되지 않을 가지는 가능한가? 우리가 죽고 또 죽어도 완전히 무감해지지 않을 가지는 가능한가? 업체eobchae의 가지가 다음 자극을 기다리며 진동한다.
무진형제
도파민의 이중성과 현대인의 표정이 한꺼번에 드러나는 이 작업은 재난 앞 무기력과 과도한 쾌감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군상들을 중심에 둔다. 2채널 영상은 뒷모습으로 재난을 응시해, 뉴스의 확산 속에서도 생존의 안도감이 얼마나 모순적으로 작동하는지 드러낸다. 화재의 연기와 흐르는 시간은 지구의 파국적 시나리오를 암시하며, 관람자는 오늘도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작은 긍지에 이의를 제기하는 현대인의 내면 대화를 마주한다. 두 번째 영상의 빈 철새 둥지는 백로의 고전적 상징과 현실의 파괴 사이의 간극을 환기시키며, 자연의 순환과 인간 개입의 긴장을 시각적으로 대비한다. 이 대비는 도파민 시스템의 피로와 과도한 자극의 긴장을 암시하고, 루프에서 벗어나려 할 때 어떤 수행을 선택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24장의 드로잉은 새인간의 다이빙 수행을 통해 개인의 최대 수행과 한계를 고정된 리듬으로 포착한다. 24프레임의 상징성은 영화 속도와 일상의 루틴을 연결하며, 루프를 벗어나려는 시도를 암시한다. 도파민이 만들어낸 쾌락-무력의 양극단은 전시의 윤리적 고리로 작용하고, 불교 수행의 반복적 몸짓이 제시하는 내적 균형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관람자는 재난 앞의 무감각, 생존의 안도, 자연의 회복력, 그리고 개인적 수행의 리듬이 얽히는 현시점의 현상학을 체험하며, 도파민 맥락 속에서 ‘긍지’의 본질을 재정의하는 전시의 중심 축에 서게 된다.
다페르튜토 스튜디오
‘중독사회’를 정체성이 형성되는 사회적 조건으로 이해하고, 이를 신체의 네 기관 머리, 심장, 배꼽, 성기으로 치환하여 감각적 연극의 구조로 전시한다. ‘중독’은 이 작품에서 질병이 아니라, 자아가 자신을 재시연하는 루프적인 장치이자, 세계와 나를 연결하는 감각적 메커니즘이다.
전시는 "연극의 전시" 형식으로 진행된다. 하루에 단 한 명의 관객만이 예약을 통해 입장할 수 있으며, 공연장은 텅 비어 있다. 입구에는 하나의 조명 스위치가 존재한다. 관객이 스위치를 켜거나 끄는 순간마다, 공간은 새로운 빛과 소리, 그리고 다른 풍경으로 변하고, 그 전환이 바로 ‘봉인’을 여는 행위이다. 머리, 심장, 배꼽, 성기로 이어지는 네 개의 장(Chapter)이 펼쳐진다. 관객은 스위치의 타이밍을 스스로 결정함으로써 이 공연의 큐(Cue)와 러닝타임을 결정하는 유일한 연출자가 된다. 그의 선택에 따라 작품은 무한히 반복될 수도, 즉시 종료될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정체성 시연(performance of self)’이자, 관객의 감각적 연출 행위가 맞물리는 구조로 설계된다. 요한계시록의 '제7의 봉인' 중 성스러움을 제외한 네 봉인은 창조된 세계의 네 징후를 의미하며, 작가는 이를 신체의 네 기관으로 전환하여 정체성의 요소로 정의하였다. 관객에 의해 종말을 맞이한 아담의 신체는 관객에 의해 다시 재생되기를 반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