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끄러지는 현실: 감각의 확장, 경계의 재구성
2025.06.19(목) - 2025.07.19 (토)
2025.06.19(목) - 2025.07.19 (토)
수림큐브 지도 바로가기
12시~18시 (휴관: 일,월요일)
유아트랩서울
앨리스온
수림문화재단, 플로웍
허대찬 010-9124-3004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미끄러지듯 겹치고 넘나드는 오늘날,
예술과 기술은 이를 어떻게 감각하고 사유하며 펼쳐내고 있을까.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남소연, 이인강, 이재형, 이해강, 팀펄 Team Pearl, 한승구 작가는 각기 다른 매체와 관점을 바탕으로, 인간의 몸과 감정, 사운드와 데이터, 사회적 이슈 등을 동시대 매체 위에 펼쳐낸다. 관객은 이곳에서 일상적으로 여기던 ‘현실’이 사실은 얼마나 다층적인지, 그리고 테크놀로지를 통해 우리의 감각과 사고방식이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전시 부제인 ‘Slipping Reality’는 고정된 진실이나 경계가 해체되고, 예술적 상상력과 기술이 접목되면서 지금 이곳의 일상 역시 낯설게 재해석됨을 시사한다.
‘Art & Tech’라는 수식어는 어느새 미디어 아트 만큼이나 현대미술의 바다에서 두드러지는 요소이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영역의 새롭고 활발한 활동자를 소개하며 그들이 펼친 미끄러지는 현실의 공간에서 익숙한 현실이 어딘가 낯설게 느껴질 때를 마주할 것이다. 이를 통해 오늘의 모습, 우리의 삶과 사회를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환기의 끈에 닿아볼 수 있을 것이다.
남소연은
가상 공간과 시뮬레이션을 매개로 사회적 상호작용과 심리적 감응을 실험하는 가상의 연구소, ‘남소연구소(namsoyeonguso)’의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실제 의뢰인으로부터 수집한 ‘의뢰서’를 출발점으로 일상에서 겪는 불안, 갈등, 욕망 등을 다루는 ‘유쾌한 해소’를 위한 특별한 도구들을 상상하고 제작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러한 의뢰서들과 더불어 그에 기반하여 설계된 도구들이 함께 소개된다. 각각 의뢰인의 요청을 공공적 메시지로 전환한 장치〈namsoyeonguso Site에서 데려온 공지판〉과 몸의 긴장을 던지고 날리는 행위를 통해 신체와 감정의 해방을 유도하는〈투척! 심신부유 벨트〉, 빛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광촉정보공유기〉, 과거의 감각적 잔상을 포집해 현재로 끌어와 감정의 동결과 해소를 시도하는 〈잔상동결 흡출기(Backpack Ver.)〉 등이 선보인다. 그의 도구는 분석이나 논리적 해결을 넘어서는 감각적·수행적인 해소 방식을 제안하며, 가상과 현실, 기술과 감정 사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체험적 공간을 구성한다.
이인강은
기술과 신체, 감각의 관계를 탐구하며 기존의 정상성(nomativity)에 기반한 신체 기준과 감각 구조를 해체하고, 그 경계 밖에 있는 몸을 통해 세계를 다시 사유함을 중심으로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의
와 퍼포머, 그리고 그들의 행위에서 원본과 복제, 창작과 전달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들 작업은, 감각이 기술을 통해 어떻게 분산되고 이식될 수 있는지를 실험하며, 감각과 정체성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그의 작품은 감각의 전이와 기술 매개의 수행성을 통해, ‘현실’이라는 고정된 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균열을 시도한다. 그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 감각의 교란과 신체의 이질성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관계를 다시 짜며, 새로운 인식과 감응의 접면을 열어 보인다.
이재형은
도시의 이미지와 감각, 데이터와 표면이 교차하는 지점을 추적하며,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각성과 정동의 층위를 시각화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얼굴-데이터 인터페이스 기반의 작업 〈Face of City〉와 LED 입체 조형 시리즈 〈Bending Matrix〉 중 동물 형상 작업을 선보인다. 〈Face of City〉는 서울 지역의 SNS 텍스트 데이터를 수집·분석하여 도시 구성원들의 감정을 시각화하는 프로젝트이다. 머신러닝 기반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긍정, 부정, 중립감정 값을 산출하고, 그 값을 바탕으로 얼굴 이미지의 표정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그는 이를 통해 도시가 만들어내는 무의식적 정서와 사회 시스템의 결핍을 시각화하며, 도시라는 추상적 주체가 가진 ‘감정의 얼굴’을 구현한다. 감정 데이터가 시각적 이미지로 치환되는 과정은 현실의 감각적 구조를 재구성하는 디지털- 사회적 시뮬레이션으로 작동한다. 〈Bending Matrix〉 시리즈는 LED 패널을 곡면으로 구부려 제작한 입체 조형물로, 동물의 형상을 취한다. 각각의 조형물은 말, 사슴, 달마시안 등 인간의 기억 속 생명 존재들을 차용하며, 픽셀 기반의 디지털 이미지가 아날로그 곡면 위에서 왜곡되며 살아 있는 듯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도시 공간의 중심에 비현실적으로 등장하는 이 형상은 우리가 잊고 지낸 생명성과 감정의 흔적을 불러일으키며, 기술적 매체를 통해 되살아난 존재와 마주하는 감각적 충돌을 유도한다. 그의 작업은 데이터 기반 시각화와 조형 언어를 통해 도시와 인간, 디지털과 감각, 생명성과 인공성 사이의 경계를 탐색한다.
이해강은
회화와 미디어를 넘나들며 감각, 언어, 정체성 사이의 경계를 실험해왔다. 그는 디지털 툴을 다루는 애니메이터이자 물질을 다루는 페인터로서, 테크놀로지를 단순한 시각적 도구가 아니라 몸의 제스처와 감각의 밀도를 내포한 총체적 프로세스로 받아들인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회화 작업 <도깨비 기운>을 선보인다. 이 작품에서 전통 도상에서 비롯된 ‘도깨비’ 형상은 이질적인 색채와 애니메이션 프레임, 온라인 밈(meme) 등 현대 시각언어와 충돌하며 융합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확실성과 반복은 오늘날 운명과 선택, 전통성과 유희 사이의 경계를 희미하게 뒤섞는다. 〈Final Fla.sh>는 음악과 영상 클립을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참여자가 스스로 시청각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확인할 수 있다. 전시 현장에는 중앙에 배치된 터치패드를 통해 참가자 각자의 영상과 사운드의 리듬을 창작할 수 있다. 이해강의 두 작업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 물질과 비물질,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교차하는 지점을 가시화하며, 이번 전시의 주제인 ‘미끄러지는 현실’을 감각적이고 사회문화적인 층위에서 탐구하고 풀어낸다.
팀펄 Team Pearl은
디지털 기반 스토리텔링과 상호작용적 미디어 환경을 선보여 온 창작 집단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게임 메커니즘과 증강현실(AR)을 결합한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이들은 사변적 서사와 세계관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테크놀로지가 매개하는 동시대의 감각적 현실을 재구성한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
각적으로 재조립되는 오늘의 예술적 실천을 구체화한다.
한승구는
가상과 현실, 기술과 신체, 환경과 사회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감형 미디어 설치 작업을 지속해온 작가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소멸의 도시>와 <공존의 도시>를 선보인다. 두 작품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매개로 한 기억의 시공간적 재구성과 감각적 접속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소멸의 도시>는 급속한 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인한 지역 사회의 붕괴, 생태계 파괴, 공동체 해체 등 의 문제를 배경으로 구축된 디스토피아 실감형 미디어 설치 프로젝트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5채널 영상과 조작 가능한 게이밍 기반 작품이 전시에 설치된다. 관람객은 가상의 환경에 대한 영상과 퀘스트 기반의 경험을 통해 도시 소멸의 과정을 체험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직면한 사회적·환경적 위기의 실체를 감각적으로 인지하게 된다. <공존의 도시>는 키네틱 아트와 XR 기반 인터랙티브 장치를 통해 미래의 자연·도시·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지를 제시하는 작품이다. 작품 중앙에 위치한 다이크로익(DICHROIC) 조형물이 HMD와 동기화되어 움직이며, 관객은 증강된 도시의 생태계 속에서 참여자이자 감시자로 존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에 대한 영상이 제안되었다. 이들은 각각 다른 층위에서 감각의 재배치와 기억의 가시화, 그리고 기술 매체를 통한 존재론적 사유를 호출하며, 이번 전시의 주제인 'Slipping Reality'를 감각적, 공간적, 사회문화적 층위에서 탐색한다.